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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악회 풍류 2 – 정념情念

장르현대음악
녹음일2008. 4. 15
장소고양 아람누리 별무리 극장
발매처악당이반(주)

소개

정가악회와 작곡가 윤혜진이 만들어 낸 오늘의 음악

정가악회와 작곡가 윤혜진의 만남은 평범한 시도에 멈추지 않고 진화한다. 윤혜진은 공간, 침묵, 진동, 소리와 같은 화두들이 연주자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이루어 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길 바란다. 이는 작곡과 연주라는 수동적 이분법을 넘고, 연주자의 자율성을 회복하려는 정가악회의 궁극적인 방향과도 일치한다.
정가악회와 윤혜진은 서로에게 제시된 화두를 통해 서로의 영역을 넘나들며 공통언어를 만들고 있다. 이 음반은 그들이 서로에게 던진 또 하나의 화두를 풀어가는 과정이다.

그래미어워드 심사위원 출신인 조슈아 칙은 “특히 2000년 창단된 국악 실내악 정가악회의 “정념(情念)”은 가장 흥미로운 음반이며 현대적이지만 한국 음악의 ‘혼’을 담았다.”라고 평가했다. − 뉴스위크

* 이 음반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일부지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
This album is partly supported by Arts Council Korea.

작업노트

정가악회와 함께 한 이번 작업은 나에게 전통과 새로움에 대한 성찰을 절실하게 요구하였다.
한국음악의 미적 사고가 지향하는 바는 음 구조의 형식보다는 음 공간의 의미를 구축하는 데에 기대어 있다고 본다. 나의 작업에서 소리-음-악의 연계는 침묵의 영역인 진동의 공간에 집중하는 것이다 연주자의 몸뿐 아니라 소리 진동의 공간은 청각적인 소리의 시작이자 호흡 자체이다. 전체 음악은 하나의 호흡으로 여겨지며 음에서 음으로의 진행 및 점성粘性 과정으로써 악곡 구축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작업에 있어서 연주자의 몸뿐 아니라 악곡 구조의 음 공간을 엮어가는 진동의 공간을 좀 더 세밀하게 인식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① 정념情念, 억누르기 힘든생각
말, 소리, 음, 그 실존성. 정의와 동시에 사라지는 유한 속의 무한.
존재의 실재인 동시에 부재로서 자리하고 있는 의미.
망언득지妄言得志, 망음득지忘音得志.
본 작품은 정가악회의 음악극 (Samuel Beckett 원작,1961)을 위해 위촉된 것이다. 실제 음악극에서는 극전개에 따라서 정가악회가 선택하여 부분적으로 연주하게 되지만, 전체는 하나로 이루어진 악곡으로서 세주제에 의해서 점진적 전개를 포함하게 되는데, 즉 “정념”, ”인간”, “샘” 으로의 향함이다.
악곡의 진행은 정념에서 다시 정념으로 향하는, 시작에서 다시 시작으로 향하는 끊임없는 연속성을 함의하고 있고, 또한 각 주제를 구성하는 부분과 진행은 그러한 연속성을 표현하는 데에 집중된다.
“정념情念”, 생각은 어떤 것에 대한 제한된 사고의 영역이 아니라 질문과 질문으로 연속되는 일련의 과정이다. “인간”, 정념속에서 솟아난 의식과 무의식간의 충돌. 시간, 기억, 격발로의 과정은 정념을 나오게 한 그 원천으로 다시 향한다. 의식과 무의식이 하나인 곳. 유한과 무한이 하나인 곳. 자궁과도 같은 원천, ”샘”으로. 말과 소리가 없는 곳. 말과 소리가 일치되어 존재하는 곳.

② 의도된 정지
시간과 공간은 인간의 의식意識이 표현되는 매개체이다. 어찌 보면 인간 자체의 유한함은 시간과 공간이 가지는 그것과 상응할는지도 모른다. 인간존재의 궁극적 물음이 향하는 곳은 시간과 공간 내에 존재하지 않는다. 시간과 공간에 의해서 의식이 표현되는 인간은 무한한 절대성과 궁극적 물음을 가지고 시공간 너머의 그 곳으로 향하게 되는 것이다.
선험적 즐거움이 가능한 곳. 그 곳으로의 향함은 시간과 공간이 놓여 있는 유한함에서 시공간을 초월한 무한함으로 움직이게 된다. 이는 들리는 음으로부터 들리지 않는 음들을 발견하고 듣고 곱씹으며 그 형상을 그릴 수 있는 음악의 궁극적인 의미와 동일할 것이다.
그 의미로의 끊임없는 집중은 내 작업의 맥이다. 향함의 연속적인 과정 속에서, 흐르지만 어느 순간 흐르지 않고 지나가며, 멈추어 있지만 어느 순간 멈추지 않고 움직이는 시공의 일탈은 향함의 참된 의미를 깨달아가고 있는 각인 자체이다. 의도된 정지.

③ 검은내
깊음과 얕음, 높음과 낮음, 긺과 짧음, 얇음과 두꺼움.
한국 전통 가곡의 공간은 인간의 호흡과 소리가 지니고 있는 다양한 파장을 함의하고 있다. 이에 인성을 위한 작곡 작업에 있어서 가곡은 하나의 지향점이며 원형이라고 할 수 있다. 가곡을 이루는 음적音的, 악적樂的인 공간은 단지 가사가 놓이는 음과 음, 그리고 의미와 의미안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사가 표현되는 그 방법과 소리의 해석과정을 통해서 그 역동적인 공간은 존재하고 있다.
본 작품에서는 그 공간에 김억의 “봄은 간다”(1918, 태서문예신보)를 놓았다. 여러 가지 詩語 중에서 작품 구성을 위해서 중심적으로 선택한 것은 ‘검은내’이다. 어떤곳을 향해 달음질하여 지향하지만, 그 곳의 실체를 경험하지 못한 이상 이는 단지 비현실적인 미지의 공간일 뿐이다. 그럼에도 그 곳을 지향하는 이유는 경험하지 못한 어떤 선험적인 바에 대한 희구일 것이다.
검은내는 아직 빛으로’비춰지지 않은’ 어둠 속의 물줄기이다. 그 곳으로 향하는 과정은 빛으로 어둠을 밝히고자 하는 공간적 이미지이며, 검은 내는 오롯이 그 스스로를 딛고 있는 선험적인 공간일 것이다. 이러한 공간적 이미지가 가곡의 역동적인 공간과 시적 전개, 그리고 작업의 방향으로 엮어지기를.
제1장 밤이도다/봄이다
제2장 날은 빠르다/봄은 간다
제3장 깊은 생각은 아득이는데/저바람에 새가 슬피운다
제4장 검은내
제5장 말도 없는 밤의 설움/소리 없는 봄의 가슴

④ 절대 고독으로의 비상
작곡 작업 이전에 정가악회는 한 장의 그림을 제시하였는데 이는 작곡자와 연주자 간에 정서적 공간을 공유하기 위함이었다.
파도치는 바다 위에 외로이 선 괴석 위에 한발로 서 있는 독수리를 그린(장승업,1843~1897). 독수리는 세상의 변화 속에서 내적 원동력을 잃지 않는 호걸의 이미지를 낱내고 있으며 정지된 몸짓은 존재 원천인 ‘절대고독’으로의 비상을 함의한다고 본다. 그림 속 독수리의 저지된 모습은 날개짓을 하는 모습보다 오히려 더 역동적인 움직임을 담고 있는데, 이는 한국음악에 함의된 ‘움직이는 정지’를 연상하게 한다.
절대고독은 음과 악을 이루는 소리의 근원과도 동일하게 인식될 수 있다. 독수리의 ‘정지되어있는 비상’은 장소의 이동이 아닌 내면세계로의 회귀이며 소리 진동의 근원으로 침잠하여 들어가는 과정과 동일할 것이다. 그 과정으로 동참하기를 감히 희구하며.

트랙

1-3. 정념情念, 억누르기 힘든 생각
4. 의도된 정지
5. 검은내
6. 절대고독으로의 비상

크레딧

Production악당이반(주)
Producer천재현
Composition윤혜진
Recording&Mastering오영훈